서두
기분이 울적했다.
아무 생각없이 무언가에 몰두하고 싶어서,
예전에 보았던 플레이리스트라는 웹드라마 올리는 유튜브를 찾았다.
거기서 심심할때마다 찾아봤었는데,
대표적으로 연플리와 에이틴을 봤었던 거 같다.
에이틴은 시즌 몇까지 나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쨌든 보다 말아서 찾아보려고 들어왔었는데
한 문구가 내 시선에 들어왔다.
「서른 세 번째 인생에서도 날 좋아해 줄래?」
타임워프물?
서른 세 번째동안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다?
순간 마음이 동했다.
누군가 날 좋아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이렇게 울적할때 곁에 있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싶어서 였을까.
그래서 바로 그 드라마를 보기로 했다.
생각보다 편수가 적다고 생각하면서.
그래도 나는, 「서른 세 번째 인생에서도 날 좋아해 줄래?」편의 내용을 바로 보고싶었지만,
내용도 모르는채로 건너뛰어서 보고싶진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게 편수가 적다고 생각하며 보았고,
나는 대충이나마 내용이 이런 내용인줄 알았다.
《여주인공이나 남주인공 둘중 하나가 한 이성을 좋아하게 되었고,
타임워프를 통해 그 이성이 자신을 좋아하게끔 계속 고쳐나가는 그런 내용.》
하지만 이건 내 짐작이었을 뿐, 전혀 그런 내용은 아니었던 거 같다.
그리고 그 편을 다 보고 밑으로 내렸더니 제목에 떡하니
라고 적혀 있었다.
에피소드 35편이었다;
나는 처음편을 보는 것처럼 보았는데, 그래서인지 더욱 아리송하게 생각하며 봤었는데,
원래 앞 내용이 더 있었다는 것.
사실 보면서 특별반은 뭐고, 갑자기 어디서 전학왔다는 건 뭐고 했는데
그냥 뒷내용을 풀어갈 떡밥으로만 생각했지, 이미 앞내용에서 나왔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메인 밑쪽을 쭉 내렸더니, 그게 다 「내리겠습니다 지구에서」의 시리즈였다.
뭐, 이왕 잘 된것일 수도 있다.
안그래도 장편수의 웹드라마를 찾고 있으니 이걸 보면 되겠네 싶었다.
근데 솔직히 그때까진 이 감정으로 티스토리에 감상을 굳이 올려야 할까.
귀찮은데.
어차피 다 그만두고 싶은데.
티스토리도 더 이상 못 쓸 것 같은데.
별에 별 생각을 하면서 멍하게 드라마만 보고있었기에.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어찌저찌하여 이렇게 글을 쓰고있는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일단 써내려가보기로 했다.
"내리겠습니다 지구에서" 중에서 -
1.
한 여학생이 어느 남학생에게 첫사랑에 빠졌다는 내용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래서 나는 이 여학생이 여주인공인거 같았지만,
첫편인줄 알고 봤던 내용의 여학생과는 사뭇 다른 얼굴이었다는 기억이 남아있었다.
아무튼 그 여학생은 남학생에게 계속 다가가지만,
남학생은 여학생이 무안해 할정도로 면박을 준다.
게다가 그게 꼭 그 여학생이 나 같다는 감정으로 이입이 되어 버렸다.
정말 하루에도 수십번씩 마음으로는 욕하면서도 벗어날수 없는 그 감정이 정말 답답할정도로.
그리고 졸업식날 고백장면.
난 대체 이걸 무슨 생각을 하면서 봤을까.
한마디로 남자 주인공이다.
남자주인공은 타임워프에 걸려있었다.
이미 그 여학생이 자신한테 고백할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살한다.
그래도 금방 좋아한다고 고백한 사람 앞에서 자살하는건 너무한거 아닌가?
아무리 타임워프 안에 갇혔다해도 혼자 갇혀있는것일수도 있는데..
여학생은 계속 미래를 살아가야된다면 정신병 걸릴에 걸릴거 같았을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한테 고백했더니 싫으면 싫다고 하지,
말도안되는 변명을해가며 본인앞에서 자살하니까 충격먹었을듯.
뭐 물론 남주가 진심이란건 알겠지만 여학생 입장에선 금시초문이었을 테니까.
그렇게 드라마를 보면서 만약 내가, 타임워프에 걸렸다면.
이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남주인공처럼 고1부터 고3까지 타임워프에 걸렸다면.
나 같은 겁쟁이가 이 3년을 계속 반복하게된다면.
좋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보다 월등히 무언가를 잘 해내고, 실수도 적어지고, 완벽해질수 있지 않았을까.
물론 지겨워질수도 있겠지만, 그건 내가 어떻게 바꾸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싶었다.
마음이 가는대로, 학교 공부만 하는게 아니라, 수업 땡땡이도 쳐보고,
타임워프를 반복하는동안 이 무리에서 어울렸다면, 저 무리에서도 어울려보고.
그러다 정말 마음에 들고 잘 맞는 무리를 만나면 잘 지내보려고 계속해서 다가가겠지?
이 아이들은 내가 이미 그들을 잘 아는지 모를테니까.
이것저것 경험해보지 않았을까.
사실 사람이라는게 그냥 아는사이라고만 해서 그 사람에 대해 다 아는 게 아니라서,
깊게 파고들지 않는 이상은 그 사람에 대해선 잘 알 수 없다.
그러니 타임워프를 해가며 낯설지 않는 아이들 틈에 껴서 한명한명씩 알아가는 시간도 될것이고,
저번 타임워프땐 이런걸 해봤으니 이번 타임워프땐 이렇게 해봐야겠다, 하며
그냥 내가 하고싶은대로 할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그저 앞으로의 미래가 두려워서 지금 당장 하지 못하는 것들도 있고,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하는 막심한 무게감을 느끼지 않아도 돼서,
나는 오히려 타임워프에 갇혀지고 싶어질 정도인 거 같다.
나 같은 겁쟁이는 오히려 안성맞춤일지도 모른다.
2.
학기 초 무리가 끝까지 가지 않는 이유라는 제목의 내용이 딱 공감이 됐다.
하지만 그게 거기서의 내 상황이었다면,
그 아이가 왜 그렇게 했어야했는지의 확인을 위한 타임워프를 여러번 했을지도 모른다.
여학생들의 사이에서는 언뜻 오해로 인한 싸움이 있었던 거 같기도 한 분위기가 풍겼지만
내 착각일수도 있는데 아무튼 그에 관한 궁금증으로 매번 타임워프로 계속 파고들지 않았을까.
남학생들의 사이에서 세기의 사랑을 하게 되었던 진짜 이유를 또 다시 파고들지 않았을까.
물론 내가 타임워프에 걸렸었다면의 이야기겠지만 말이다.
3.
두번째 편이 끝날때쯔음에 한 남학생을 지목하며 제일 답답하다고 했는데
엄청 뜬금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게 지금편의 내용의 예고였던 거 같다.
그 남학생의 가난함의 주제.
그리고 그 남학생의 갈등을 이미 알고있는 남주인공.
여기서 내가 특이하다고 느끼는 점은, 애들이 그 아이가 가난하다는 걸 이렇게 알 수있는건가?
이게 그렇게 뻔하게 보일 정도인가? 학생들은 원래 돈이 없다. 부모를 잘 만났건 못만났건.
뭐 물론 집이 좋으면 애들 사이에 소문이 날수도 있긴 한데,
너무 가난하다고 소문 날수도 있기도 한데,
그게 그렇게 눈에 보일정도까지가 되는 건가 싶기도 했다.
무슨 사건 계기로 인해서 가난하다는것과 잘산다는 게 소문이 나기도 했지만,
고작 알바하는 거로 가난하다고 무시당할것 같다.
에어팟 없다고 가난한걸 들킬거 같다.
그정도까진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이것도 뭐 내 개인적인 생각이겠지만 말이다.
4.
이번 편을 보면서, 처음에는 이랬었구나 싶었다.
여학생이 본인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은 후부터
남주인공의 행동이 달라졌다.
근데 나는 오히려 굳이 저렇게 매몰차게 대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여학생도 그렇게 나빠보이지도 않고 3년 내내 친구로 지냈으면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잘 맞지 않는 것도 아닌데.
본인도 그 여학생을 좋아해보려고 노력정도는 해볼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뭐 처음에는 친구로만 봤으니 철벽칠순 있지만 이게 33번째?
동안 마음 한번 안바뀌고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그냥 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달까?
오늘은 여기까지.
지금 현재 5편을 보고있다.
5편을 보다 말고 티스토리에 이렇게 글을 쓰고 있었다.
나도 무슨 심경의 변화인지 모르겠지만.
좀 뒤숭생숭해서 그런지도 모른다.
아무튼 오늘은 늦었으니 감상은 여기까지 올리고,
지금도 더 이어보기는 할건데 그건 내일 작성하려고 한다.
원래 내가 쓰는 일일 감상이란 이렇게 구체적으로 쓰는 게 아니라,
그냥 한편한편 감상하면서 가볍게 이번편은 무슨생각을 하면서 봤는지 적으려던게
너무 많이 길어진 거 같다.
이것도 아무래도 기분이 뒤숭생숭 해서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