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day - 엽서 한 장
선택 4.
이집트의 피라미드 앞에서
안녕 땡땡아. 너도 같이 오지 않았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거야.
너도 알고 있지? 내가 얼마전 최근에 사귄 친구랑 이집트에 놀러갔다는 것을.
난 이집트에서 쓰는 아랍어든, 세계 공통어인 영어든 잘 쓰지도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거야.
그건 너도 마찬가지지만. 그래서 네가 여기 안 온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고.
그래, 최근에 사귄 세모. 그 애는 이곳 사람들과 언어가 통해. 하지만 그 애가 갑자기 사라졌어. 내 가방도 같이 말이야.
지금 내 수중에 있는 돈이 하나도 없어. 쉽게 말하자면 무일폰이야.
어쩌면 좋지? 이곳 사람들이랑 말이라도 통했으면 했는데, 어딜 봐도 한국사람은 보이질 않아.
내일이면 이미 예약해둔 비행기가 출항할텐데, 어쩌면 나는 영영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을 것 같아.
지금 당장 지내야할 곳도 마땅치 않고, 내가 낯을 너무 가려서 어떻게든 사람들과 대화를 해야하는데 그러지도 못하고 있어.
물론 언어가 통하지 않다는 것도 그렇지만, 그 중에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텐데도 말이지.
어쩌면 좋을까? 그래도 지금은 비상시라 낯을 가려도 어쩔수 없이 용기내서 몇명 사람들에게 한국말 할 줄 아시냐고 물어봤지만, 어째 다들 모른다고만 할까?
이럴줄 알았으면 그냥 방구석에 쳐박혀 있는게 좋을 뻔 했어. 지리도 모르겠고, 지도를 봐도 길치라 찾아갈 엄두도 나지 않고.
사람들에게 물어본다 한들 또 엉뚱한 방향으로 가버릴 것 같아 겁나고.
아무튼 나도 여기서 열심히 한국어를 할줄 아는 사람들을 찾아볼테니까, 너도 나좀 도와줬으면 해.
다행히 여권은 주머니에 있어서 무사하지만 돈이 없어서 그러거든.
우리 가족들한테도 안부좀 전해줘. 지금 가족들은 친척집에 내려가 계셔서 어떻게 연락할 방법이 없거든.
그러니 네가 전화좀 대신 해주길 바라. 번호는 적어둘게.
추신. 지금 휴대폰도 없어서 이 엽서 한 장이 언제쯤 도착할진 모르겠지만 도착했으면 좋겠다.
010-0000-1111
너의 절친한 친구 동그라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