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day - 글 역할극
선택 3.
도심에서 가장 높은 건물에 누군가 폭탄을 터뜨리겠다고 협박 전화를 했는데 바로 당신의 동생이었다.
*
한참 사건 추리 쇼를 보고 있는 도중 전화가 걸려왔다. 휴대폰을 바라보니 의외의 인물이었다.
한참을 전화를 보며 망설였다, 받을지 말지 고민했지만 그럴 것도 없이 받아보기로 했다.
일부로 받지 않는다면, 그녀가 어떻게 판단할지가 눈 앞에 훤히 보였기 때문이다.
전화를 건 사람은 여동생인 세라였다. 아직은 내가 자신의 오빠라는 것을 알지 못할 것인데도 이렇게 전화를 건 것을 보니 괜한 걱정이 앞을 가렸다.
“여보세요?”
[슈 오빠…….]
“누구신지…?”
세라의 낮은 음성이 들려왔지만 나는 일부로 모르는 척 연기했다.
그녀에겐 미안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내 정체를 알게 된다면 곤란해지는 건 당연했지만, 세라도 위험에 쳐해질 것이 분명했다.
[나야. 세라. 몰라 보겠어? 아니면 모르는 척 하는 거야?]
“잘 모르겠군요. 저를 아십니까?”
그녀의 목소리가 한 없이 낮게 들려와서 그런 건지, 불안한 기분에 무어라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주변 공기가 세하게 느껴져 왔다.
그 당찼던 세라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던 듯 낯설었다.
하지만 불길한 예감은 역시나 적중하는 듯 싶다.
[연기 하는 거 다 알아.]
대체 어디서 무슨 이야기를, 아니면 무슨 추리를 한 것인진 모르겠지만 확실하다는 듯이 말하는 세라로 인해,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뒷말이 이어지기를 바라며 기다렸다.
[도심에서 가장 높은 건물에 폭탄을 설치했어.]
평소의 세라 같지 않은 발언이었다. 어쩌면 검은조직이나 보안국에서의 도청일지도 모른다.
나는 침착하게 머리를 굴리며 그녀의 이야기를 계속 듣는 것을 선택했다.
[듣고 있어?]
세라가 물어왔다. 그리고 어떻게든 이 상황을 잘 넘겨야 된다는 생각이 머리속을 지배했다.
하지만 나는 깊이 생각할 것 없이, 그녀의 물음에만 성의껏 대답해 주기로 했다.
“예. 듣고 있습니다.”
내 대답이 못마땅 한 것인지, 아무 리액션이 없어서 할 말을 잃은 것인지 상대편에선 아무 반응도 없었다.
[오빠는 내가 폭탄을 설치했다는데 놀랍지도 않아?]
“…….”
[아니다. 그럴 수도 있겠네. 정말 슈 오빠라면 그럴 지도 몰라.]
또 다시 확신에 찬 그녀의 대답에 나는 심각한 갈증이 밀려왔다.
침을 삼키고 싶어도 상대방에게 들릴까 염려되어 섣불리 넘기지 못한채 잠잠코 휴대폰만 귓가에 대고 있을 뿐이다.
마른 침을 삼키는 것 조차 심리를 들어내어 들키는 것과 같았으니 말이다.
상대는 여동생이 아닐지도 모르니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일단 제 생각을 말씀 드리자면, 폭탄을 설치했다는 것은 큰 일이지만. 당신의 오빠 분에게 협박 용도로 거신듯 한데, 저는 여전히 당신이 누구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거 같습니다. 아무래도 전화를 잘못 거신 듯 합니다만.”
최대한 나에 대해서 부정을 하며 도심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어디인지 생각해 보았다.
어쩌면 그곳은 오사카 텐노지로에 있을 아베노 하루카스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일단 경찰에 알리는 것보단 우선적으로 그 꼬마에게 알리는 것이 좋을 거라는 판단이 섰기에, 지금 통화 내용을 녹음해두었다.
그 아이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든 마무리 해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까지도 하고 있을 추리 쇼를 보여주고 있는 티비를 리모콘으로 꺼버렸고,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까부터 느껴지는 갈증을 못참아 물이라도 먹자는 심보였다.
상대편은 아직까지도 조용한 듯 싶더니 마침내 할 말이 생긴듯 싶었다.
[다 알고 전화한 거야. 시치미 때도 소용없어.]
부엌에 들어서자마자 냉장고 문을 열어 물병을 꺼냈다. 여전히 귓가에 대고 있던 휴대폰을 어께에 걸쳐 뚜껑을 따고는 물을 벌컥벌컥 삼켜냈다.
물을 넘기자 목구멍에서 차가운 감각이 식도를 내려갔다. 그리고 나는 상대에게 질문을 건내보기로 했다.
“혹시 당신의 오빠는 어떤 분이신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그러자 또 다시 상대편은 아무 대답 없이 조용해졌다.